노화로 인해 뇌에 축적된 노폐물을 처리하는 기능이 저하되는 것은 알츠하이머병과 파킨슨병 등 주요 신경 질환의 원인 중 하나로 오랫동안 지목되어 왔다. 이러한 기능 저하는 특히 나이가 들수록 뚜렷하게 나타나며, 독성 물질이 뇌에 축적되어 신경 세포의 손상을 유발하게 된다. 그러나 최근 발표된 연구 결과는 이와 같은 노화로 인한 뇌의 노폐물 처리 기능 저하를 약물을 통해 복원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제시하고 있다. 이 연구는 미국 로체스터대 연구진이 수행한 동물 실험을 바탕으로 한 것으로, 2024년 8월 15일(현지시간) 《네이처 노화(Nature Aging)》에 발표되었다. 의학 전문 매체 메디컬 익스프레스(Medical Xpress)는 이를 보도하며, 연구 결과가 알츠하이머병과 파킨슨병 등 뇌 질환의 새로운 치료법 개발에 중요한 전환점이 될 수 있음을 강조했다.
알츠하이머병과 파킨슨병을 비롯한 다양한 신경 질환은 뇌에서 독성 물질이 제대로 제거되지 않아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노화 과정에서 뇌의 노폐물 처리 능력이 감소하면 이러한 질환의 발병 위험이 더욱 높아진다. 신경 세포에서 발생하는 독성 단백질이 축적되면, 이는 결국 신경 손상과 뇌 기능 저하로 이어질 수 있다. 그러나 이번 연구에서 사용된 약물이 이러한 노화로 인한 뇌의 기능 저하를 되돌릴 수 있다는 사실이 확인되었다. 연구진은 노화된 생쥐를 대상으로 실험을 진행했으며, 약물 치료가 뇌의 노폐물 처리 능력을 상당히 개선하는 결과를 보여 주었다.
경추 림프관 기능 회복으로 뇌 노폐물 처리 속도 개선
로체스터대의 더글라스 켈리(Douglas Kelley) 교수는 이번 연구의 주요 책임자 중 한 명으로, 연구진은 노화로 인해 저하된 뇌의 노폐물 처리 능력을 회복하기 위해 경추 림프관의 기능을 복원하는 방법을 고안했다. 경추 림프관은 뇌에서 배출된 노폐물과 독성 물질을 신체 외부로 배출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는 구조이다. 켈리 교수는 "경추 림프관의 기능을 회복함으로써 노화로 인해 저하된 뇌의 노폐물 처리 속도를 실질적으로 개선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는 또 "이 방법이 이미 임상에서 사용되고 있는 약물을 통해 실현 가능하다는 점에서 실질적인 치료법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크다"고 덧붙였다. 이 연구는 신경계 질환에 대한 새로운 치료법 개발의 길을 열어줄 것으로 기대된다.
연구의 공동 책임자인 마이켄 네더가드(Maiken Nedergaard) 교수는 2012년 뇌의 노폐물 제거 시스템인 '글림프 시스템(glymphatic system)'을 발견한 연구진의 일원으로, 이번 연구에서도 중요한 역할을 맡았다. 글림프 시스템은 뇌에서 에너지를 소모한 후 남은 신경 세포와 기타 세포에서 생성된 과도한 단백질을 뇌척수액(CSF)을 통해 씻어내는 기능을 한다. 이 시스템은 뇌의 건강을 유지하는 데 필수적인 역할을 하며, 그 기능이 저하되면 알츠하이머병이나 파킨슨병과 같은 신경 질환이 발생할 수 있다. 글림프 시스템의 발견은 이러한 신경 질환의 새로운 치료법 개발에 중요한 단서를 제공하였으며, 이번 연구는 이 시스템의 기능을 약물로 복원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줌으로써 치료법 개발에 새로운 돌파구를 마련했다.
노화로 인한 림프계 기능 저하, 약물로 복원 가능
젊고 건강한 뇌에서는 글림프 시스템이 독성 단백질을 효과적으로 처리하지만, 나이가 들면서 이 시스템의 기능이 저하되고, 그로 인해 질병 발생 가능성이 높아진다. 특히 두개골 내에 축적된 단백질 노폐물은 뇌척수액을 통해 림프계를 거쳐 신장으로 이동해 처리된다. 그러나 노화가 진행됨에 따라 림프계의 기능이 저하되며, 이로 인해 뇌의 노폐물 처리 능력이 감소하게 된다. 연구진은 이를 첨단 영상 기술과 입자 추적 기술을 이용해 관찰했으며, 뇌에서 빠져나가는 뇌척수액이 목의 경추 림프관을 통해 이동하는 과정을 상세히 분석했다.
특히 연구진은 뇌척수액의 흐름뿐만 아니라 림프계의 주요 요소인 림프안지온(lymphangion)의 맥동을 측정하여 기록했다. 림프안지온은 림프액을 체내 다른 부위로 운반하는 작은 펌프 역할을 하며, 이 펌프들이 림프관을 형성한다. 켈리 교수는 림프계가 여러 작은 펌프의 네트워크를 통해 체액을 운반하는 구조를 설명하며, 이 펌프들이 림프관을 형성하는 과정을 강조했다. 연구 결과, 나이 든 생쥐에서는 림프안지온의 수축 빈도가 감소하고, 판막 고장이 발생하여 뇌의 노폐물 처리 속도가 현저히 느려진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이러한 결과는 노화가 진행되면서 림프계의 기능이 점차 저하되어 신경 질환의 위험이 증가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
프로스타글란딘 F2α로 림프계 기능 개선
연구진은 평활근 세포가 줄지어 있는 림프안지온의 기능을 복원하기 위한 방법을 모색한 결과, 평활근 수축을 돕는 호르몬 유사 화합물인 프로스타글란딘 F2α가 효과적임을 발견했다. 이 약물은 이미 임상에서 다양한 목적으로 사용되고 있는 물질로, 평활근 세포의 수축을 촉진하여 림프계의 기능을 회복시키는 데 사용될 수 있다. 연구진은 프로스타글란딘 F2α를 늙은 생쥐의 경추 림프관에 투여하자 림프안지온의 수축 빈도와 뇌척수액의 흐름이 젊은 생쥐의 수준으로 회복되었다고 보고했다.
켈리 교수는 "경추 림프관은 피부 표면에 가까이 위치해 있어 접근이 용이하다"고 설명하며, 이번 연구가 노화로 인한 신경 장애에 대한 새로운 치료법의 기초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또한 "경추 림프관은 신경계와 림프계를 연결하는 중요한 역할을 하며, 이를 통해 뇌의 노폐물 처리가 원활하게 이루어진다"고 설명했다. 이 연구는 향후 인간 대상 임상 시험을 통해 더욱 발전된 치료법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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